100일 새벽 묵상

2023.05.14. 야무진 착각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5.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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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착각


어떤 협심자가 가족모임에서 말하기를 "배우기에 가장 어려운 것은 내 남편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하고 추측하던 것을 그만두는 것이다."라고 했다. 거의 자동적으로 나는 그의 행동과 동기에 대해 미리 짐작한다. 내가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것과, 내가 그의 탓으로 돌리는 모든 것이 아마도 틀릴 것이라는 것을 나는 마음속 깊이 알고 있다. 그에게 있어 가장 나빴던 순간- 아마 내가 격분해서 그에게 몹시 화를 냈을 때 -이 바로 그에게 있어 가장 불행했던 순간일는지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왜 나는 판단을 내리는가? 위대한 힘을 제외한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 불행한 배우자들에게 위대한 힘 역할이나 정신과 의사노릇을 하지 말자. 현미경 속으로 작은 벌레를 훤히 들여다보듯이 그들을 시험하지 말자.

나는 언제나 인간은 그가 비록 몹시 상처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그 자신의 개성에 의해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루하루에 살자>에는 중독자 남편과 협심자 아내로 쓰여있는데 나는 그것을 중독자 아들과 협심자 엄마로 읽는다. 이 책은 아침묵상의 교과서이고 지침서다. 구구절절 맞는 말, 와닿는 말, 힘이 되는 말이 담겨있어서 말이 지닌 힘을 실감한다. 

아직 밖은 어둠이지만 아까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들어온다. 새들의 지저귐도 요란하다. 요즘 문을 열고 나서면 잎들은 점점 푸르러지고 온갖가지 꽃들이 피고 진다. 눈이 부시고 화사한 계절이다.

코앞에 닥친 문제로 감정에 끌려다닐 때는 꽃이 피는지 지는지조차 모르고 지냈었다. 꽃 한 송이를 보고서도 누구는 자연의 신비를, 누구는 꽃의 아름다움을, 누구는 꽃말과 꽃의 이름을 말하지만 아예 꽃을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그랬었다.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던 때다.
상대방이 나처럼 생각하기를 바라거나 나처럼 생각한다고 여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그 생각 밑바닥에는 "내 말이 옳으니 네가 내 말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는 엄청난 교만이 숨어있다.

엄마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

오랫동안 나는 인생의 선배니까, 엄마니까 아들을 어찌어찌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만 잘하면 얼마든지 변화할 거니까 나만 인내심을 갖고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항복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

그건 잘하는 게 아니었다. 잘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거였다. 나는 위대한 힘이 아니면서 위대한 힘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항복하기 전까지는. 무릎을 꿇고 항복한 다음에서야 "아들은 아들, 나는 나"이고 그 사이에 위대한 힘이 계심을, 그 위대한 힘만이 회복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무진 착각에서 벗어나.

아들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변화를 위해

이제는 아들의 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변화를 바라며 기도한다. 그리고 아들에 대해서는 "회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햇살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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