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과 항복의 차이
가족모임의 오랜 동료인 티보 Tibout 박사는 12단계 중 제1단계에 함축되어 있는 복종과 항복의 차이에 대해서 훌륭하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복종이란 한 개인이 무의식에 의해서가 아닌 의식적으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는 지금 실제로 현재는 정복할 수 없지만 그의 무의식 속에 언젠가 정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이것은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며, 어떠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복종으로 긴장이 계속된다. 그러나 항복이란 무의식적인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더 이상 분쟁의 여지는 남지 않는다. 이럴 때 긴장과 갈등에서 해방되고, 또 편안함을 찾는다.
뼈저린 바닥체험만이
애매하던 복종이란 말과 항복이라는 말을 한 번에 정리해 준다. 결국 백기를 들고 '위대하신 힘'에게 투항해야 사는 길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고개를 숙여야만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안다!
알기는 안다.
알아도 "항복하고 난 그 뒤"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항복한 것인지 아닌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코로나를 심하게 앓고 나서야 코로나의 심각성과 그것을 앓았던 사람들의 고통을 알게 된 것처럼. 그것을 "겪고 벗어나봐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게 되는 것 같다.
긴 시간 힘들게 버텨왔지만 이게 정말 바닥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저 밑바닥에 닿아 죽음에 다다랐다가 살아 돌아왔는데 아들은 과연... 잘 모르겠다. 사채를 쓰고 그 압박으로 살이 쪽 빠져서 몸이 딱딱하게 굳었던 재작년, 자살위험도가 높았던 그때가 바닥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직 12단계 중 1단계에도 다다르지 못한 걸까.
아직도 더 내려가야 할 밑바닥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되지만 끝까지 가야 하는 게 맞다. 아프지만 도박중독에서는 "뼈저림"이 필요하다. 뼈저린 바닥체험이야말로 희망의 싹이다. 항복해야 산다!
죽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부활復活의 신비처럼.
내가 주장하고 내힘으로 할 수 있다는 고집을 버리고 바닥에 납짝 엎드려야 다시 살게 되는 것, 중독의 늪에서 헤어나는 길은 이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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