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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날씨도 마음도 갠다.
5시 반 집에서 나와 새벽미사 갈 때까지만 해도
비는 오지 않았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주었다.
새벽미사 마칠 때쯤
파견성가 부르는데 쉼표 사이를 바깥 빗줄기가 큰 소리로 채워
순간
'걷는 건 글렀다.' 싶었다.
비오는 거리로
우비 챙겨오길 잘했다. 우비 입고 우산 쓰고
'그래도 걷자.'
후드득... 후두두둑...
듣기 좋은 소리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져 잠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주택가 안 골목길로
점점 더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날은
점점 더 밝아진다.
다시 큰 길로 다 와서
도시의 소음에 빗소리가 묻혀버렸다.
지나가던 차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튕겨 그만 아래쪽 바지가 젖었는데
우비를 입었으니 망정이지...
아직 비는 오는데
하늘은 점점 더 파래져가고
우산을 뒤로 젖혀보니 곧 비는 멎을 것 같았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찡그린 얼굴은 가시고 웃상이 되어있었다.
평일에는 07:00 토, 일에는 07:30 OPEN 하는 스벅으로
새벽미사 갔다가 너무 추울 때나
계속 걷는 게 힘들 때
들르는 곳이 한 군데 있다.
스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일찍 열기 때문에' 오게 되는 곳이다.
뜨아 한잔 주문해서 받아 들고
탁 트인 2층으로
사람이 없다.
이렇게 걷다 보면 날도 개고 마음도 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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