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새벽 묵상

2023.06.08. 구치소에서 온 아들의 손 편지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6. 8. 05:15
728x90
반응형

구치소에서 온 아들의 손 편지


내 행동을 정당화시키려는 본능적인 충동을 없앨 수 있다면 나의 인생에 얼마나 좋은 일들이 일어날까!

내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직이 헤어날 수 없을 정도의 죄책감 밑에 놓여 있지 않은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왜 내가 이러이러한 충동을 갖고 거기에 따라 반응을 보였는지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변명을 포기할 때 상처를 입기가 쉽다. 그런 줄 알면서 자기기만은 문제를 키운다. 이것을 고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하여야겠는가?


어제 아들의 편지가 도착했다. 매일매일 편지를 쓰겠다고 하더니 정말 날짜별로 일기처럼 글을 쓴 것이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렇게까지 도박에 대해 대놓고 실컷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가. 아들의 글은 솔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도박이라는 병'에 걸린 환자라는 것을, 나는 환자의 보호자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고맙게 읽었다. 

내가 인터넷편지를 쓰면 바로 다음날 전달되는 것과 달리 아들의 종이편지는 시차가 있어서 주고받는 대화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들이 자기 고백, 일기처럼 글을 쓰고 있었다.

 

언제 이런 손 편지를 받아보겠는가.

시간이 잘 가지 않아서 쓰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읽은 책에 대해서도 미사시간 강론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도박으로 빼앗긴 아들이 가족 가까이로 다가온 느낌이랄까.

 

아들은 매일 자기고백처럼 편지를 쓰고

 

엄마는 매일 아침 《하루하루에 살자》를 펴들고 묵상일기를 쓰고

 

 

도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동네 산책길에 들른 절에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