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새벽 묵상

2023.06.10. 초 한 자루의 빛으로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6. 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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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한 자루의 빛으로


우리를 격려해 주는 구호들은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나타난다.
 

어떤 위기에 처한 한 부인이 대담하게 '한을 버리고 신께 맡기겠다'라고 말한다면, 이 경우에 있어서는 선이 반드시 이기리라는 믿음에 찬 용감한 말이며, 그녀가 어떠한 결정이라도 인간의 판단에 의해 내린다면 그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경우에 있어서 한을 버리고 신께 맡기겠다는 말의 의미는 지금 곧 해야 할 일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무관심의 표현이며, 패배주의의 절망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가볍게 등을 돌리는 사람은 '한을 버리고 신께 맡기자.'라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신의 격려와 인도를 따라 실천할 것을 방치하는 것이다. 그들은 도움을 청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 맡기는 것은 맡기는 건데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를 돌아봤을 때 한동안 패배주의적인 절망상태였던 것 같다. 한동안 넋을 놓고 손을 놓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이 찜찜하고 불안했다. 그랬다. 어둠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고 주저앉아있는 동안에도 문제는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촛불을 밝혔다. 그 촛불이 꺼지지 않게 잘 보고 잘 지켜나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 어둠과 맞설수 있다. 어둠이란 한줄기 빛만으로도 사라지는 법이니까.
촛불이 비춰진 내 발등을 바라보며 한 발짝씩 한 발짝씩 발걸음씩 한걸음씩 이어갈 것이다. 언제가 다다르게 될 그곳이 어디인 줄은 모른다. 하루하루에 사는 사람이 뭘 알겠는가.
하지만 한걸음의 소중함은 잘 알고 있다.
 

내 발밑을 보며 걸어갈 것이다. 초 한자루의 빛으로.

어느 식당에서 저녁먹고 나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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