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에 살자 100일 묵상

79/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4. 4. 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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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박중독자가 앓는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 무언가 직접 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나 자신을 위한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내가 다른 사람의 병으로 고통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 자신을 위한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도박중독자를 간접으로 돕는 것이다.

-하루하루에 살자 4월 10일-
집을 나설 때는 분명 망울만 맺혀있었는데 집에 돌아올 때는 피어나

꽃이 말을 걸었다

우와, 꽃이 피었네. 
감탄,
감탄.
또 감탄하다 사진에 넣고 돌아서면서 아침까지만 해도 봉오리가 맺혀있더랬는데 참 신통방통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찌 저렇게 제 때를 알고 피어나는지. 누가 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꽃을 자기만의 때에 맞춰서 피워내니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운가. 누군가의 도움을 끌어내고 누군가의 희생도 없이 그저 붙박인 그 자리에서 햇볕이 비치면 비치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쏟아지면 쏟아지는 대로 아무런 저항 없이 온전히 수용하는 모습. 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나무가 하는 수고를 짐작하기 힘들지만 나무는 잠시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내가 알아채지 못한 때에도 나무는 나무의 삶을 부단히 꾸려가고 있었다는 사실. 꽃망울을 보면서 초록잎을 보면서 꽃이 피는 것을 보고서야 짐작할 뿐인 것이다. 숨어있는 나무의 인내과 수고를 알 길은 없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들이대면 좀 알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분석해 가며 알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대로 내 느낌, 내 생각으로 바라보고 느껴보면 될 일.
 
아파트 우리 동 앞에 심긴 한그루의 배나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 그동안 잘 해왔어. 소녀에서 여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상담사로 살아왔지만 이제 그냥 사람으로 살아. 그냥 너로 살아. 하루하루 기쁘게."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말라고!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나무>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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