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
햇살은 더없이 눈부시게 환한 오후지만 기온은 영하 8도.
유난히 추운 날이긴 하다. 그래도 점심 먹고 걷기로 한다.
이렇게 하늘이 쨍한 날 트인 공간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를 뚫고 지나가게 하는 일, 얼마나 좋은가.
걷기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
바람불고 추워도 걸어 아름다운 겨울 풍경 속으로...
"내게 걷기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푸른 수목원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푸른 수목원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곳은 2013년 개원한 서울특별시의 제 1호 공립수목원으로 사시사철 언제나 들락거릴 수 있는 무료개방된 공간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수목원 안에는 중간중간 쉬어갈 만한 곳도 많지만 오늘은 앉아서 머물만한 날씨는 아니어서 계속 걷는다. 움직여야 덜 추우니까.
항동철길
항동철길은 경인선의 지선철도로 지금은 폐지되어 이렇게 철길만 남아있다.
철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지만 그 옆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따라 걸었다. 꽃이 피고 지는 푸른 계절에 오면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오늘도 충분히 좋았다.
다 죽어있는 것만 같은 화단에 남아있는 뿌리들을 보면 저기서도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으리란 생각을 머금으면서...
습지원
토종벼를 기르는 논바닥이 얼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발로 꾹꾹 누를 때마다 꾸덕꾸덕 굳은 표면에 금이 간다. 아직 꽝꽝 얼어붙은 것은 아닌가 보다.
논바닥에 물을 대놓으면 썰매를 타고 놀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만다.
항동저수지와 수변데크
예전에는 낚시터로 유명했다는 항동저수지는 운치있는 산책로로 다듬어져 있었다.
해 질 녘에 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테지만 밤에 쏘댕기지 않는 나는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이다.
어제 내린 눈의 흔적, 눈사람이 살아있었네!
누가 만들었을까. 가막살나무 빨간 열매로 눈을 박아넣고 나뭇가지로 코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눈부시게 파아란 하늘과 가막살나무의 빠알간 열매 덕분에 눈사람의 하얀 몸매가 돋보인다~ ㅎㅎㅎ
걷는 즐거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들어갔다 나와보니 허망한 생각들이 바람에 날아가고 맑아지고 가벼워졌다. 이게 바로 걷는 맛이다!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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