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마음 돌봄

본연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오래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12. 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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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그러려나.
 
전에 읽고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펼쳐 그 당시 와닿았던 구절을 다시 음미해본다.
글이 주는 힘이 있다. 마음을 달래주고 가다듬어주고 에너지를 모아주는 것만 같아 고맙기까지 하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책에서 오늘 글의 제목만 따왔다. 세 개만.

1. 사람이 본연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가!

도박을 해서 돈을 번다는 집착, 배팅 액수가 점점 커지는 내성, 안 하면 짜증 나고 불안해지는 금단현상, 그만두려고 해도 안 되는 조절실패, 일상에서의 기능 이상, 죄책감과 불안감을 지우기 위한 회피성 도박, 손실을 만회하려는 추격도박, 채무, 거짓말...
 
문제가 깊어져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말았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늪에 빠져있는 사람은 허우적댈 뿐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람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만큼 중독은 무섭고 지독한 병이다.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다독이는 마음은 갖되 채무에 대해서는 냉정해야만 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도박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다. 그 실체를 파헤치는데 많은 시행착오와 오해가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도박의 세계의 '악'이었다. 누구나 예외없이 본연의 자기 모습을 잃게 만드니 말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일상생활을 무난히 해낼 수 있는 것이 곧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한 발씩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과 그를 위해 앞장서고 뒤에서 밀어주고 지지해 주는 협력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고 평생 회복의 길을 걸어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누구나 문제를 안고 문제를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문제를 발밑에 내려놓고 그것을 질근질근 밟으면서 나아갈 수 있다면...

 

2. 내면 깊은 곳의 정체성을 발견하기까지 우리의 에고는 얼마나 많이 녹아내려야 하며 흔들림을 겪어야 하는가!

자기식대로 하던 대로 하다가 일이 더 커지고 점점 더 삶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적이 얼마나 많던가.
 
회복과정에서 밑바닥 체험을 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정작 바닥을 치는 것이 얼마나 어렵던가. 에고가 녹아내려야 하는 일인데.
 
아기를 목욕시킬 때 아기들은 온몸의 힘을 빼고 양육자에게 몸을 맡기기 때문에 그 체중을 감당할 수 있는데 만약 아기가 물속이 싫다고 뻗대면 그것은 여간 애를 먹는 일이 아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줄 때 목뒤에 비눗기를 제거하려고 목이 들릴 때 힘을 빼줘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바닥에 닿기 위해서는 내 힘을 빼야만 한다. 온몸의 힘을 빼야만 내면의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회복을 위한 12단계에서도 변화를 위한 시작은 '밑바닥 체험'이고 그것은 자기식대로 하던 대로가 아니라 '위대한 힘께서 인간을 이끄시는 방식'에 따르는 길인 것이다. 이건 마치 수행의 길, 수도자의 삶이 아닌가. 이렇게 도 닦는 사람, 수도자처럼 나를 버리는 연습을 해야만 더이상 과거 '도박중독이전의 나'가 아닌 미래 '참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3. 에고라는 환상이 사라지고 드디어 참자아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솔직하지 않고 온갖 가면을 쓴 거짓자아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남들의 기대에 맞춘 그런 거짓자아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는 그것이 바로 참자아다.

거짓자아와 참자아의 괴리가 온갖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거짓자아에 속지말고 참자아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자기식대로 하던 대로 하지 않고 '위대한 힘'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 가장 깊은 곳에 사는 이가 바로 그 '위대한 힘'인지도.
 
참자아와 만나는 일은
온전한 삶을 원한다면 죽는 날까지 계속해야만 할 일이다. 이는 도박중독자뿐만이 아니라 도박중독자 가족, 그리고 모든이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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