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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걷는 즐거움 15

산책/ 장대비 내리기 전 감미로운 시간

뻐꾹뻐꾹~~ 아침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 걷기 좋았는데... 여름의 숲은 팔을 넓게 뻗는다. 어깨동무를 하려고 하는 걸까. 서로 끌어당겨 스크럼을 짜려는 걸까. 그게 그건가? 작고 여린 것들은 항상 이쁨 받는다. 작고 여린 것들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숲은 무더위와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되는 피난처, 들숨 날숨이 편해지는 쉼터다. 초록이라고 다 같은 초록이 아니다. 열매라고 다 같은 열매가 아니고 개성만점이다. 살구, 보리수, 모과... 열매가 예쁘게 영글어가는 계절, 여름의 또다른 이름을 뭐라고 지어줄까. 자투리 공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어르신들의 지혜는 놀랍기만하다. 작은 화분 가득 방울토마토가 방울방울 열렸다. 이름 모를 꽃들도 한창이다. 이쁘다 이뻐! 걸으면 걸을..

걷기는 뒤바꾸기 / 전철역까지 무작정

내게 무작정 걷는 것은 생각을 뒤바꾸는 일 우울하고 생각이 갈라지고 맘에 여유가 없을 때 그럴수록 산책하는 게 도움이 된다. 나 아닌 다른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한발 떨어져서 무심히 바라보면 세상은 코믹하다. 내 우울이 어느새 자잘한 웃음으로 바뀐다. 《걷기의 말들》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걸을 때 누릴 수 있는 자유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이 걸음 저 걸음 걸음도 많다. 하지만 걷지 않으면 헛방이다. 《걷기의 기쁨》 내게 무작정 걷는 것은 생각을 뒤바꾸고 마음을 비우는 일

산책/ 걷다 보니 날씨도 마음도 말짱해지고

걷다 보면 날씨도 마음도 갠다. 5시 반 집에서 나와 새벽미사 갈 때까지만 해도 비는 오지 않았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주었다. 새벽미사 마칠 때쯤 파견성가 부르는데 쉼표 사이를 바깥 빗줄기가 큰 소리로 채워 순간 '걷는 건 글렀다.' 싶었다. 비오는 거리로 우비 챙겨오길 잘했다. 우비 입고 우산 쓰고 '그래도 걷자.' 후드득... 후두두둑... 듣기 좋은 소리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져 잠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주택가 안 골목길로 점점 더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날은 점점 더 밝아진다. 다시 큰 길로 다 와서 도시의 소음에 빗소리가 묻혀버렸다. 지나가던 차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튕겨 그만 아래쪽 바지가 젖었는데 우비를 입었으니 망정이지... 아직 비는 오는데 하늘은 점점 더 파래져가고 우산을 뒤로..

산책/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숨쉬기 편한 나무들이 사는 숲으로 노래로 반겨주는 새들 꽃이 진 자리 꽃처럼 예쁘게 달린 열매들 잎과 꽃이 포개어진 시루떡 같은 산딸나무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너를 기억해 주마, 찰칵! 이렇게 날씬하고 키가 큰 줄 몰라줘서 미안, 나리꽃아.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흥얼흥얼, 걸으면 보이는 것들이 하도 예뻐서.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라고 써 있었던 이라는 시. 앞서 간 아내에게 바친 시라고 했던가. 이름 모를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항아리 꽃밭. 이렇게 꽃이 아름다운데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도 한다. 과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죽겠어도 또 사람때문에 기운 나고 사람 때문에 살맛 나고. 아이러니다.

산책/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스위스 국적을 선택한 헤르만 헤세(1877~1962).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지만 시도 쓰고 정원도 가꾸고 그림도 그렸다. 어려서 선교사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았고 내면의 갈등이 많았던 그는 자살시도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을 알아냈고 85세 생을 마칠 때까지 아름답게 살 수 있었다.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 자기 치유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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