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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즐거움 15

산책/ 걷다 보니 날씨도 마음도 말짱해지고

걷다 보면 날씨도 마음도 갠다. 5시 반 집에서 나와 새벽미사 갈 때까지만 해도 비는 오지 않았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주었다. 새벽미사 마칠 때쯤 파견성가 부르는데 쉼표 사이를 바깥 빗줄기가 큰 소리로 채워 순간 '걷는 건 글렀다.' 싶었다. 비오는 거리로 우비 챙겨오길 잘했다. 우비 입고 우산 쓰고 '그래도 걷자.' 후드득... 후두두둑... 듣기 좋은 소리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져 잠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주택가 안 골목길로 점점 더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날은 점점 더 밝아진다. 다시 큰 길로 다 와서 도시의 소음에 빗소리가 묻혀버렸다. 지나가던 차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튕겨 그만 아래쪽 바지가 젖었는데 우비를 입었으니 망정이지... 아직 비는 오는데 하늘은 점점 더 파래져가고 우산을 뒤로..

22023.06.11. 자연과 가까이

자연과 가까이우리가 시장에서 한 봉지의 이스트를 쉽게 살 수 있는 것처럼 쉽게 유머 감각을 살 수 없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스트나 유머 감각은 같은 역할을 한다. 이스트는 빵을 부풀리어 빵에게 부드러운 감촉과 맛을 주며, 한 가닥의 유머는 일상생활에 나타나는 무겁고 심각한 일을 가볍게 해 주며,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있어서 거친 점을 부드럽게 해 준다.일상적인 어려움들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는 '건설적인' 방법이 무얼까? 앞에서 말한 '한가닥 유머'도 좋다. '멍 때리기'도 좋다. 하늘멍, 숲멍, 물멍, 새벽멍.... 온갖 이름을 붙여가며 하는데 기왕이면 자연 속에서 하는 것이 좋다. 무작정 걷는 것도 좋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피해 골목안으로 들어서면 담장너머로 피어난 꽃이나 집이나 가게 앞에 ..

중구 평양 냉면 맛집 필동면옥/ 여름엔 냉면이 최고

여름이라서 맛집이라서 외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명동에 일이 있어서 나온 날, 걸어서 이곳까지 오길 정말 잘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챙겨먹는 건 중요한 일이다. 먹는 걸 별로 밝히지 않는 편이라. 밍밍하고 순한 맛을 즐기는 편이라. 필동면옥에서 남산N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이 파랬다면 훨씬 이뻤을텐데 후텁지근한 날씨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 따라갔던 그 평양냉면집은 어디였을까. 외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냉면집에 가곤 하셨다. 외할아버지는 두고온 고향, 평양이 생각나서 그랬을 거고 오늘 나는 외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이러고 날은 덥지만 배불리 먹었으니 좀 걷자. 도심 필동 뒷골목을 걷는 것도 좋았다. 남산 N 타워가 졸졸 따라오니 떼놓기가 좀 힘들었지만

산책/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숨쉬기 편한 나무들이 사는 숲으로 노래로 반겨주는 새들 꽃이 진 자리 꽃처럼 예쁘게 달린 열매들 잎과 꽃이 포개어진 시루떡 같은 산딸나무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너를 기억해 주마, 찰칵! 이렇게 날씬하고 키가 큰 줄 몰라줘서 미안, 나리꽃아.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흥얼흥얼, 걸으면 보이는 것들이 하도 예뻐서.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라고 써 있었던 이라는 시. 앞서 간 아내에게 바친 시라고 했던가. 이름 모를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항아리 꽃밭. 이렇게 꽃이 아름다운데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도 한다. 과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죽겠어도 또 사람때문에 기운 나고 사람 때문에 살맛 나고. 아이러니다.

산책/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스위스 국적을 선택한 헤르만 헤세(1877~1962).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지만 시도 쓰고 정원도 가꾸고 그림도 그렸다. 어려서 선교사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았고 내면의 갈등이 많았던 그는 자살시도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을 알아냈고 85세 생을 마칠 때까지 아름답게 살 수 있었다.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 자기 치유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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