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마음 돌봄

혼자 읽기 아까운 책 /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6. 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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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화다.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프린스턴대학교를 갓 졸업한 22살,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4년간 치료 끝에 기적적으로 완치가 되었다. 
 
이건 암투병기다.
나는 요 며칠 책 속에 빠져 울고 웃었다.
'힘내'라는 진부하고 억지스러운 말들에 진저리가 난다고 '더러운 수조에 갇힌 금붕어 같은' 병원생활이라고 하는 등등의 생생한 표현들이 좋았다.
'오스카'라고 이름 지어준 강아지를 입양하고부터 원기가 솟아났다고 하는데 책 표지 그림에도 오스카가 보인다. 암 환자 친구였던 멀미사도 떠났고 애인 윌도 떠났고 암도 떠났지만 끝까지 곁에 남아있었던.
 
이건 회고록이다.
영어 제목처럼 그는 삶과 죽음이라는 두 왕국 사이를 오갔던 사람이다. '생존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혼자 24,140킬로미터에 이르는 자동차 여행을 떠나 사람을 만나고 삶을 만나고 오롯이 설 수 있는 힘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BETWEEN TWO KINGDOMS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앞에서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시기, 마음을 뒤흔드는 에세이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젊은 암 생존자가 세상 속에서 분투하는 우리 각자에게 보내는 내밀한 편지이자, 시련 때문에 잃어버린 힘을 회복해나간 기록이며, 슬픔과 공존하며 끝내 희망으로 나아간 사람의 스토리다. 무엇보다 완전함과 불완전함의 경계에서 ‘엉망인 채 완전한’ 삶을 그려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두 살에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생존률 35%의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1,500일간의 투병 생활, 그 가운데서 발견해낸 글쓰기의 보람, 힘겨운 나날에 곁을 지켜준 사람들과의 애증과 우정, 그리고 우울을 떨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홀로 미 대륙을 가로지른 2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까지. 마치 소설처럼 강한 흡인력을 가진 이야기가 솔직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타라 웨스트오버, 셰릴 스트레이드, 엘리자베스 길버트 등 유수의 작가들이 일제히 주목한 이 책은 2021년 미국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등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4000개 넘는 추천 리뷰를 받는 등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한국의 김보라 감독, 정여울 작가 또한 애정을 담은 추천의 글로 찬사를 보냈다.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
출판
윌북
출판일
2022.01.22
글을 쓸수록 점점 더 1인칭 시점에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 투병생활이 내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146.

아프면 자신의 몸부터 살피게 되고 자신의 증상에 대해 살피게 되니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분노와 질투와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고 또 썼다. 149.

글을 쓰는 것에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문장에 공감하면서 그래, 나도 나의 아픔과 고통이 바짝 말라붙을 때까지 쓰는 것을 멈추지 말자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아픔이 바짝 말라붙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

골수이식 병동에 입원한 첫날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침대에 누웠다.
내가 있는 이 병실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망에 빠져 신과 협상을 시도했을까?

내게 있는 건 그저 단 하나의 단순하고 본능적인 욕구뿐이었다. '살게 해 주세요.' 나는 작은 글씨로 벽에 갈겨썼다. 반쯤은 기도였고 반쯤은 간청이었다. 164~165
인간이 태어날 때나 죽어갈 때나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인정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183.

 


무엇이든 숨김없이 얘기할 수 있던 내 친구는 사라졌다. 하지만 어디로 간 걸까? 
그리고 어째서?
비탄은 경고도 없이 찾아오는 망령이다. 그것은 한밤중 꿈속에 나타나 우리 마음을 찢어발기며 가슴속 가득히 깨진 우리 파편을 흩어놓는다. 246.

환우 멀리사가 본가 호스피스 센터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이 마지막이었다. 사진 아래 "안녕, 뉴욕. 널 사랑했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라고 적어놓았다는 대목에서, 멀리사 부모의 메일을 받고서도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저자의 비탄에 그만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멀리사의 부모님은 죽은 딸의 이름으로 청소년 암 환자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기금을 설립했다. 두 분은 내게 이 기금의 첫 번째 수혜자가 되어달라고 했다. 딸의 유골을 인도에 가져가 뿌려달라는 것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인도는 멀리사에게 소중한 곳이었고, 언젠가 나와 함께 여행하려던 곳이기도 했다. 죽은 멀리사뿐만 아니라 실현하지 못한 우리의 여행계획을 추모하기 위해서 나는 인도에 가기로 한다. 276~277

저자는 '충분히 회복'된 다음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병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멀리사의 유골을 인도의 타지마할, 모닥불을 피워 망자를 떠나보내는 화장터 강에 뿌린다. 

멀리사의 재를 그가 가장 사랑했던 장소에 가져갔다고 해서 친구를 잃은 괴로움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 슬픔과 어떻게 씨름해야 할지 감은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애도과정에서 의례의 역할을 실감했다. 우리는 의례를 통해 복잡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상실을 직면하며 과거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도 한다는 일견 모순적인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280.

 



 이건 여행기다.
그녀는 기적적으로 완치되었으나 '중단된 삶'에서 '현실로 다시 복귀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우울증과 PTSD를 딛고 홀로서기 여행을 선택한다. 4년간의 투병기간 중 편지를 보내왔던 사람들을 만나러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33개의 주를 거치는 24,140 Km에 이르는 긴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길을 가던 중 멀리사의 어머니 세실리아에게 연락해서 처음으로 멀리사 없이 단둘이 만난다.

뒤쪽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세실리아의 윤곽이 서서히 희미해진다. 세실리아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울음이 터진다. 나는 길가에 작은 공터가 있는 걸 발견하고 차를 세운 다음 시동을 끈다. 멀리사가 죽었다는 말을 들은 뒤로 나는 지금까지 그 애를 생각하며 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울음이 터지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318.

멀리사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친구를 기억하는 일이 슬프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차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동안 내 옆 조수석에 멀리사가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본다.... 319.

1부의 '중단된 삶'인 암 투병기를 읽을 때보다 2부의 '현실로 복귀하는 삶의 어려움'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암 생존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가 오롯이 혼자 헤쳐나가는 삶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감동의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우리를 병에 걸기기 전 상태로 복원시켜 주는 편안한 자기 관리 같은 것이 아니다. 회복이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과 달리 결코 예전의 나를 되찾는 일도 아니다. 회복은 익숙한 내 모습을 영원히 버리고 새로 태어난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298.

구구절절 좋은 말들이 많지만 딱 한 문장만 선택하라면 바로 '회복'에 대해 말한 이 대목을 꼽을 것이다.
회복=부활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수난과 죽음에 이르는 고통 뒤에 찾아온 부활. 죽음의 문턱에서 산산이 부서진 마음의 파편들을 모아가는 그녀의 지난한 몸짓이 떠오른다.
그녀의 모습이 '회복'을 바라는 모든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 줄 것이다.  책날개를 보니 출간 즉시 미국 아마존 종합 1위였고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여겨졌다.
 

사형수 릴 GQ의 면회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당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전부 없던 걸로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였다.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을 곱씹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이렇게 대답한다. 
"아뇨! 나는 내가 아팠던 시간을 지울 생각이 없어요.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고통을 없었던 일로 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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