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마음 돌봄

시 감상/ 어제와 오늘 사이. 아직과 이미 사이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6. 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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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사이 날씨처럼 삶은 변화무쌍하다. 날씨가 좋고 나쁘고가 있겠는가. 그냥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그냥 지내야 하는 것이지. 던져진 존재로 살아가는 삶도 그런 것 같다.
 
어제 내린 비로 세상이 깨끗해졌다. 상쾌한 아침산책을 마치고 '박노해의 새벽에 길어 올린 한 생각'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책꽂이에서 꺼내 펼쳐보았다.
이렇게 사진과 글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것이 마치 에너지탑을 쌓아 올리는 것만 같다.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차곡차곡 찬찬히...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라고도 하고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살아내라는 시인의 말을 품고 있는터라 다시금 희망을 길어 올리기 위해 한줄한줄 찬찬히...
 


어제는 흐리고 비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굽이 돌아가는 길 88
 
사람만이 희망이다
1997년 당시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박노해 시인의 옥중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아내 김진주와 형 박기호 신부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사회주의는 무너졌지만 낡은 이념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는 찾지 못하고, 급속한 세계화 ㆍ 정보화 ㆍ 개인화의 물결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진리의 거울을 제시하였다.
저자
박노해
출판
느린걸음
출판일
2015.05.26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 거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주관 섞인 희망으로 현실을 잘라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바로 보면 거기에 길이 있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현실을 바로 본다는 것 212~213

현실은 나의 스승
패배는 나의 깨침
슬픔은 나의 정화
고통은 나의 창조
겨울은 나의 투혼

《사람만이 희망이다》 삶의 신비 206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이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사람만이 희망이다》 거룩한 사랑 127

사랑하는 친구
내가 만일 그대 사는 데 도움이 안 되거든, 그대 삶에 이익이 안 되거든,
과감히 차 버리세요 사정없이 저버리세요
내 사랑이 그대에게 도움도 이익도 안 된다면,
나도 깨끗이 죽어버리겠어요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죽어버리겠어요

《사람만이 희망이다》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236~241

알아
힘들지
널 믿고 사랑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빙산처럼 266~267



오늘은 맑음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길 잃은 날의 지혜 61~62

삶은 현실이야
살아내야 하는 거야

《사람만이 희망이다》 아름다운 타협 280

손을 펴라
놓아라 놓아버려라
움켜쥔 손을 펴라
한 번 크게 놓아버려라

《사람만이 희망이다》 손을 펴라 92~93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입니다
나, 다시 첫 마음으로, 산으로 걸어갑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인다 90~91

내 마음은 따로 없어
그대 마음이 내 마음

내 슬픔은 따로 없어
그대 슬픔이 내 슬픔

내 갈 길은 따로 없어
그대 올 길이 내 갈 길

《사람만이 희망이다》 내 마음 그대 마음 72~73

조고각하 照考脚下
발 밑을  돌아보라

일상생활 하나하나를 잘 살펴 올바로 행할 때
큰 정신이 성성하게 살아난다는 뜻입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발 밑을 돌아보라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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