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숨죽인 고요한 시간불 쓰지 않고 살금살금보통 5시면 잠에서 깬다. 바로 불을 켜지 않고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다. 거기서 대략 주방까지 몇 걸음인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살금살금 걸어가서 정수기에서 물을 한잔 따라 마신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둠 속에서 현관 쪽 화장실로 걸어간다. 이것 역시 몇 걸음인지 모르지만 몸이 기억하는 대로 몸이 하는 대로 따라간다. 이 집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으니 이제 이 정도는 눈 감고도 가능하다. 화장실에 들어설 때 불을 켠다. 처음 불을 쓰는 것이다. 이게 잠 깨어 고요을 깨는 첫 번째 의식이다. 창문을 여는 것부터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고 바깥을 살핀다. 밤새 바깥에 갇혀있던 아카시아 향이 바람 타고 방으로 들어오고 첫차가 운행 전이라 텅 빈 거리가 한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