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새벽 묵상

2023.05.29. 각자 자기 삶을 충실하게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3. 5. 2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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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기 삶을 충실하게


때때로 가족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무심코 한 말이 내 마음속을 깊이 파고든다. 그것은 그 말이 나에게 새롭게 보는 방법을 주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기된다. 그 말은 새로운 책에 쓰일 정도로 중요한 뜻을 가진 것도 아니며, 아주 평범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 말이 갑자기 큰 뜻을 지니고 가족모임의 프로그램을 이해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한 협심자가 자신은 어떻게 해서 가족모임의 사상을 받아들이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면서 "나는 모든 것이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의 일에 충실하라는 말입니다."라고 했다. 예의 없는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가족모임에서 사용할 때는 매우 훌륭한 말이다.


새벽의 짙은 어둠이 옅어지면서 우렁찬 개구리 울음소리는 잦아들고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이쪽 베란다에서 저쪽 창에서. 
어둠이 옅어지면서 차소리는 짙어져만 간다.

어제는 남편이 무거운 것을 잘못 들다가 허리를 삐끗해 움직일 수 없어서 119 불러 응급실에 다녀왔다. 남편은 연신 마누라밖에 없다, 이제 나도 늙었다, 우리 서로 조심하자며 말이 많아졌다. 그렇게 꼿꼿하고 당당하기만 하던 남편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과일을 깎아서 입에 넣어주고 달걀 프라이를 해서 먹여주고 옷을 입혀주면서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찮으면서도 이런 모습이 영 싫은 것은 아니었다. 좌충우돌 허당인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이라 늘 정확하고 앞뒤가 분명해서 부럽기도 하지만 피곤하기도 했다. 나는 이 남자랑 살면서 '너는 너 나는 나'를 쓰라리게 배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 것 네 것도 분명한 사람이라 남편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는다. 덕분에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라 나는 편하다.
남편이 약해진 모습에서 너나 나나 별수 없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 부부의 정이 아닌 인간의 정으로 살아가야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난 응급실에 앉아서 남편의 허리는 통증이 가라앉으면 금방 나을 거라서 별 걱정없이 이딴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내가 119를 다 타보게 될 줄이야..." 

"아빠, 큰 일 날 뻔 하셨네요. 조심하세요."

"여보, 그만하길 정말 다행이에요."
 
 



각자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 그만이다!
 

너는 너,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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