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나무는 낙엽을 떨구고 비가 오는지 해가 뜨는지 서리가 내리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생명을 서서히 내면으로 움츠린다. 그 나무는 죽은 게 아니다. 기다리는 거다. 2023 올 한 해 동안 곁을 지켜준 고마운 달력이다. 그 안에 담긴 헤르만 헤세의 글과 그림을 내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든든했다.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이가 들면 사는 게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면서 발견한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 덕분에 아름다운 삶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굴곡진 헤르만 헤세의 삶의 숱한 고뇌 속에서도 내면의 여정을 끝까지 걸어갔던 그의 열정. 한 그루의 나무와 크게 다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