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날씨도 마음도 갠다. 5시 반 집에서 나와 새벽미사 갈 때까지만 해도 비는 오지 않았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주었다. 새벽미사 마칠 때쯤 파견성가 부르는데 쉼표 사이를 바깥 빗줄기가 큰 소리로 채워 순간 '걷는 건 글렀다.' 싶었다. 비오는 거리로 우비 챙겨오길 잘했다. 우비 입고 우산 쓰고 '그래도 걷자.' 후드득... 후두두둑... 듣기 좋은 소리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져 잠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주택가 안 골목길로 점점 더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날은 점점 더 밝아진다. 다시 큰 길로 다 와서 도시의 소음에 빗소리가 묻혀버렸다. 지나가던 차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튕겨 그만 아래쪽 바지가 젖었는데 우비를 입었으니 망정이지... 아직 비는 오는데 하늘은 점점 더 파래져가고 우산을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