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이야기

한번이 아닌 몇 번이라도 출산의 고통을 기꺼이

나살자(나부터 살자/ 나를 살리는 자원) 2024. 1. 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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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동성당의 피에타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이불을 빨아 말리고 속옷부터 겉옷까지 죄다 빨아 말려 개키다 말고
문득 
출산준비를 하던 30년 전이 떠올랐다.
 
첫애 출산을 앞두고
'똘똘이'라는 태명을 부르면서 얼마나 행복했던가.

 
 
또 한 번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 생각이 그렇게 이상한 게 아니란 걸 나는 안다. 출산을 앞둔 산모의 마음은 걱정 반 기대 반.  건강한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과 뒤섞여 묘한 감정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나의 감정상태가 이러하다.
 
지금의 나는 솔직히 걱정 반 기대반.

걱정은 해봤자 소용없음을 알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이라 그런 거고
기대는 크게 했다가 주저앉을까 봐서 그런 거고
그래도 솔직히 기대가 더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허리를 틀어 낳은 첫애, 첫아들
30년 전 그때는 모든 게 어설프고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이제 곧
아픈손가락 우리  집 큰 아기가 나온다,
밖으로
따뜻하게 맞아주고 꼭 안아주리라.
안에서 고생했다고 밖에서 잘 살아보자고.
 
어미는 자식에게 필요하다면 한 번이 아니고 몇 번이라도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모니카의 말이 떠오른다.
 
나같은 어미는 코앞의 현실로부터 도망칠 줄도 못하고 몸을 숨길 줄도 모른다.
그래서 종종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아픈 손가락이 더 마음에 쓰여서 그럴 것이다.

그래도
명심 또 명심하리라.

자식은 타인 중에서 특별히 친한 타인일 뿐이라는 것을.
 
2024.01.10. 
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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