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이불을 빨아 말리고 속옷부터 겉옷까지 죄다 빨아 말려 개키다 말고
문득
출산준비를 하던 30년 전이 떠올랐다.
첫애 출산을 앞두고
'똘똘이'라는 태명을 부르면서 얼마나 행복했던가.
또 한 번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 생각이 그렇게 이상한 게 아니란 걸 나는 안다. 출산을 앞둔 산모의 마음은 걱정 반 기대 반. 건강한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과 뒤섞여 묘한 감정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나의 감정상태가 이러하다.
지금의 나는 솔직히 걱정 반 기대반.
걱정은 해봤자 소용없음을 알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이라 그런 거고
기대는 크게 했다가 주저앉을까 봐서 그런 거고
그래도 솔직히 기대가 더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허리를 틀어 낳은 첫애, 첫아들
30년 전 그때는 모든 게 어설프고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이제 곧
아픈손가락 우리 집 큰 아기가 나온다,
밖으로
따뜻하게 맞아주고 꼭 안아주리라.
안에서 고생했다고 밖에서 잘 살아보자고.
어미는 자식에게 필요하다면 한 번이 아니고 몇 번이라도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모니카의 말이 떠오른다.
나같은 어미는 코앞의 현실로부터 도망칠 줄도 못하고 몸을 숨길 줄도 모른다.
그래서 종종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아픈 손가락이 더 마음에 쓰여서 그럴 것이다.
그래도
명심 또 명심하리라.
자식은 타인 중에서 특별히 친한 타인일 뿐이라는 것을.
2024.01.10.
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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